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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록

테암컵 <샤인(Shine)>

작가: 테암컵

제목: 샤인(Shine)

키워드:현대물

주인공: 공- 이호진, 선기형 수- 윤연희

내용: (스포주의) 위압감 있고 저돌적인 자수성가 사업가, 연희. 대한민국 유통업계 제패를 꿈꾸는 그의 앞에 당신의 꿈에 동참하겠다 약속하는 한 호진이 등장한다. 자신의 능력을 입증받기 위해 연막으로 취업한 희마트에 흥미를 느낀 호진이 수와 사랑에 빠지고, 자신의 본 목적과 수 사이에서 갈등하던 호진은 수를 상처입히고 그가 평생을 일군 것들을 쉽게 앗아간다. 복수로 이를 가는 수와 그런 수를 아들 혹은 연인처럼 옆에서 든든히 지키는 기형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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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문체(5) 재미(4) 음란(4) = 13/15

감상: 빈말이 아니라 재밌게 봤습니다. 무려 열 편이나 되는 것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하루를 꼴딱 새서 봤으니까요. 키워드 호불호가 정말 강할 것 같으니 꼭! 반드시! 본인의 내면에 세 번 물어보고 사세요. 한 번이라도 주저하는 감이 있으시면 세트론 사지 마시고 그냥 단 권씩 사서 보시길 바랍니다. 10 권이나 되는 분량에 사건 사고들도 꽉꽉 들어차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거 아니라면 앞 장 들춰보면서 이게 무슨 얘기였지? 하고 흐름 깨는 짓을 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얘기가 넘 넘 길어서 중간중간 리뷰로 쓸만한 것들을 끼적여놨으니 그것들만 적어서 추리도록 하겠습니다. 소설이 길어서 그런지 리뷰도 좀 길어질 것 같아 미리 걱정이네여.
처음은 7 살 선기형의 시점으로 소설이 시작합니다. 첫 도입부가 넘 인상적이어서 계속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그럴싸한 성장 소설 같은 느낌이라 이거 진짜 비엘 맞아? 싶은데 맞긴 하더라고요. 제가 뒷권 다 들춰보면서 확인했슴다. 비엘 소설 마자요.
여기 나오는 수의 이미지는 첨에 마동석을 생각했는데... 치즈는 마동석 이미지라면 일곱살 난 사내 애가 그렇게 접근을 할 리가 없다며 학을 뗐습니다. 그러고선 혹시 조진웅의 느낌이냐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수에겐 조진웅이 더 어울리네여. 떡대수라고 벌벌 떠시는 분들! 수는 조진웅 같은 느낌입니다. 약간 헐랭하고, 바보 같은데도 또 얍삽한 구석이 있어요. 저는 떡대수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썩 거부감이 있는 편도 아니라 괜찮았습니다.
글이 너무 잘 쓰여져서 그냥 물 흐르듯 멍하니 봤던 것 같아여. 대신 1-2 편 부터 먼가 어려운 내용이 줄줄줄 나와서... 진짜 밥 한 번 먹고 와도 앞에 뭔 내용이었지? 하게 된다니까요. 전문적인 경제 용어들이 막 튀어나오는데, 물론 작가님께서 다정하고 살갑게 설명을 죽죽 늘어주셨지만 그래도 빡대가리인 전 어렵게 느꼈습니다. 비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상식들이 아니잖아요? 낯설 긴 하지만 그것도 뭐 차차 적응이 되더라고요. 정말 대단한 건 이 많은 내용을 10 권이나 썼다는 작가님의 인내심입니다. 작가님이 계신 쪽이 어딘진 몰겠어서 그냥 동서남북으로 물개박수 쳐봤습니다. 대단하시군요!
제가 2 권을 볼 무렵엔 저와 취향을 함께 하는 언니한테 '이거 외전엔 임종 때까지 그려내는 거 아닙니까? 외전도 2 권이나 되던데 ;' 하며 이런 헛소리까지 했었답니다. 솔직히 마지막 권 읽을 때까지만 해도 머ㅜ... 외전에 임종때까지의 이야기나 아니면 환생한 후의 이야기라도 나오지 않을까 했었답니다. 물론 외전까지 싹 보고 말씀 드리는 건데 외전 두 권은 그냥 공과 수의 해피해피 라이프 입니다.
저는 좋아하는 키워드와 싫어하는 키워드가 제법 뚜렷한 편인데, 이 소설은 작가님 믿고 도전해보니 아! 왜 사람들이 단짠단짠에 열광하는지 알겠다! 싶습니다.
인상 깊은 장면을 뽑으라면 수가 검도를 하는 장면을 뽑겠습니다. 검도복 안에 속옷을 안 입는다는 건 저 진짜 첨 들어봤어요. 검도복 입고 볼일을 어떻게 보는 지 나오는데 기절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이마를 탁 치고 유레카를 외쳐버림...(이거 진짜인가요? 검도하는 님들... 제발 알려주세요.)
천년의 제국을 읽을 땐 느끼지 않았던 건데, 작가님 남자 아닌가 싶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소설에서 공과 수가 싸우는 부분이 있는데, 마치 실제 게이들의 치정 싸움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뭐... 경험담을 쓰신 건가!? 싶을 정도로 생경한 충격이었어요. 보통 비엘 소설 싸우는 거 보면 두 사람을 남/녀로 치환해도 어색함이 없는 싸움들이 많은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주의하실 점ㄷ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주의점은 키워드의 호불호였고요, 그 다음으로 주의하실 점은 씬이 굉장히 괴랄하다는 겁니다. 수의 신음은 '흐억 흐업 허억' 등으로 표현됩니다. 섹시한 첫날밤, 두근거리는 정사... 뭐 이런 분위기 생각하시면 경기도 오산입니다. 먼가 땀냄새 나는 수컷들의 자위를 몰래 훔쳐본 느낌? 그래서 거부감 드는 분들이 있다는 건 워낙 소문이 많이 나 다들 아실 거고... 이 소설에서 씬이 뒷부분에 쫌 몰려있거든요. 저는 거기 그냥 스킵했어요.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인데, 출판사나 작가님께서는 소설을 내실 때 두 버전으로 출간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하나는 십구금 버전으로 몽땅 때려넣으시고, 하나는 라이트 버전으로 씬을 삭제하시는 겁니다. 저는 라이트 버전이 좀 더 비싸다고 해도 그 값을 지불하고 볼 용의가 있습니다. 진짜입니다.
메인공과 서브공의 경계가 굉장히 모호합니다. 나중엔 메인공이 서브공이 되고, 서브공이 메인공이 되는데 거기서 약간 통수 맞았다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어요. 저처럼요!
천년의 제국에서는 수가 그렇게 된통 쳐 당해놓고도 자신에게 헌신하는 서브공 내버리고 메인공에게 달려갈 때 진짜 한심하다, 자기 팔자 자기가 꼰다며 답답해했는데... 막상 수가 당당하게 변심하니까 그것도 좀 그렇네여. 저는 아주 못댄 이중인격자입니다. 저는 벌을 받아야겠습니다. 오늘 이 소설의 씬들을 복습해버리겠습니다.(??)
말이 넘 길었네요. 암튼 오랜만에 올리는 리뷰고, 좋아하는 작가님의 소설이라 두근두근하는 마음에 할 말이 좀 많았어요. 천년의 제국과 비교하자면 저는 그 소설 특유의 피폐함과 판타지라는 키워드가 좋기 때문에 갠적으론 이 소설보다 그 소설이 더 나았다고 생각해여. 분량도 적절했고요. 이렇게 길게 입에 침이 닳도록 칭찬해놓고 먼 소리냐 하실 수 있겠지만 그만큼 천제가 재밌단 얘기지 이 소설이 떨어진단 얘기는 아닙니다. 다들 좋은 소설 낚아서 즐거운 호모라이프 즐기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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